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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끝을 생각한다.
내 머리 속에 순수라는 것은 아무렇지 않게 변해가는 것들에 대한 서운함에서 나왔다. 나는 그대로인 거 같은데, 나에게 이 아이의 느낌은 그대로 인 거 같은데, 내 머리 속에 내 몸은 그대로인데, 시간이 자연스럽게 흘러 모든게 자연스럽게 변해 간다. '아무렇지 않게'. 난 변화는 그런대로 좋다고 생각한다. 단지 나의 의지와 상관 없시. 혹은 너무도 태연하게 아무렇지 않게 변하는 것들에 대해 심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과는 3학년 때 두가지로 나누어진다. 앞으로의 전공에 따라 세공, 대공으로. 아이들과 수강신청 할 때 친한 사람과 같은 시간표를 선택하는 거에 대한 얘기를 하다가 "어차피 3학년 되면 다 나눠질텐데."라는 말을 했다. 순간 아이들이 전부 쳐다 봤다. 어떻게 그런 얘기를 하냐고 매정하다는 눈빛으로. 난 그게 너무 당황스러웠다. 그 발언이 매정한 건가? 나중에 한 사람에게 물어봤다. 그런 생각 안 해 봤냐고. 생각 해 본 적도 없다고 했다. 난 시간표를 선택할 때도 랜덤으로 해서 신청한 다음에 친구랑 연락해보고 시간이 맞으면 좋은 거고 아니면 할 수 없는 거고 식으로 수강신청을 했다. 인연에 좀 소홀하고, 사람에 조금 무관심한 개인주의가 강한놈이란 인상이 박힌 듯 하다. 오히려 끝을 너무 두려워 해서, 이별을 다른 사람들 보다 더 많이 생각 해서, 계속 방어를 치고 처음부터 계속 상기시켜. 남들보다 아무렇지 않게 만드는 거 아닐까? 그래 뭐 그것까지도 괜찮을지 모른다. 그냥 마인드의 문제니깐. 그런데 문제는 아무렇지 않게 변하고 이별하여 혼자 남겨진 느낌이 들기 전에 내가 끊고 끝을 내고 떠나려 한다. 그래서 도마뱀 근성이 생겼다. 내가 끝냈으니 아프지 않아라고 말하는 거 처럼. 그럼 남겨진 사람은 뭐가 되? 한 때 마음 한 구석에서는 부정하면서도. 영원이라는 것을 믿었던 적이 있었다. 사람간의 완전한 싱크와 공감을 믿었다. 아니 믿고 싶었다. 강하게. 이 몽환의 경계에 있는 듯한 느낌이. 꿈 속 같은데 이게 더 진짜 세상 같은 느낌이. 영원히 계속 되길 바랐다. 하지만 그런 건 역시 불가능 한 거였다. 차라리 20년도 안 산 생물로서는 꽤 길게 느껴지는 일년이라는 시간이나 걸려서. 서서히 아무렇지 않게가 아니고, 격하게 격하게 경계가 생겨버린 게 다행일지도 모른다. 아니 오히려 내가 지레 두려워 그렇게 만들어 버린 걸지도 모르겠지만. 현실이었지만, 내 속에서 그건 메르헨이었다. 소녀는 소설을 쓰는 생물이니깐. 하지만 역시 그건 아팠다. 후회는 없지만. 아무것도 내 시절에서 사라졌으면 하는 건 없지만. 또는 싫다. 아무리 기분 나빠도 5분이면 잊어 먹는 나한테 태연해 질 때까지 일년이나 걸리게 한 달콤한 꿈. 일년이라는 말을 하기가 너무 쉬워 화가 나는 아픔. 남한테는 그 흔하고 흔한 사랑의 아픔이나 이별의 아픔 하고 별 다를 바 없는 거일지도 모른다. 그닥 큰일도 아니고 긴 인생에 작은 에피소드 중 하나일 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긴 인생 모른다. 다른 사람들의 삶 다 모른다. 아무리 뛰어봤자, 내 작은 인생밖에 모른다. 그 작고 작은 조그마한 세상 안에서는 너무나 큰 아픔이었다. 이제 더 이상 사람 따위 만나지 않아. 꿈 따위 꾸지 않아.라고 눈 막고 귀 막을 수 있을 정도로 머릿 속이 단순하진 못하지만. 당분간은 기력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고도 일년이 지났다. 그래도 아름다웠고 내 인생의 메르헨은 저 시절 뿐이야. 하고 가슴 속 깊이 묻혀 있는 보석. 새벽 같은 푸른빛의 맑은 하늘 같은 푸른빛의 아름다운 보석. 사람의 인생은 소설 보다 소설 같고 동화보다 꿈 같다. 누웠다. 본다. 반짝이는 것을 보기 힘든 세상인 듯 하지만. 아직도 별은 있다. 오염이 도시의 불빛이 가린 듯 하지만, 별은 항상 있다. 하늘을 쳐다 볼 기회가 적을 뿐. 저 별이 밝게 빛난다. 반짝 반짝 빛나는 것. 어? 어? 별이 나에게 온다...? 메르헨이 하나 더 탄생 할 거 같아. -소설 보다 소설 같고, 동화 보다 꿈 같은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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